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의 파사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수난의 파사드는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 부활을 말문이 막힐 만큼 강렬하게 보여 줍니다. 서쪽을 향한 이 파사드의 상징에는 가우디가 하느님의 아들의 죽음을 어떻게 이야기하고자 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반대편 파사드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이 파사드는 그리스도의 생애 중 18개 장면을 들려주며, 온갖 상징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 완벽 가이드에서 모두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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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의 파사드 전경
수난의 파사드는 매일 저녁 해가 지는 서쪽을 향합니다. 가우디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상징입니다.

목차

수난의 파사드의 기원

안토니 가우디는 1926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 파사드를 구상하고 도면과 모형을 남겼습니다. 그의 의도는 분명했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파사드를 원했습니다. 가우디는 해골의 뼈를 닮은 기울어진 기둥 구조를 떠올렸습니다. 탄생의 파사드를 특징짓는 식물과 장식을 모두 걷어 내고, 앞으로 완성될 영광의 파사드를 채울 천상의 빛과도 거리가 먼 모습이었습니다.

파사드 공사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 수십 년이 지난 1954년에야 시작되었고, 조각은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가 작업을 맡은 1987년에야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수비라치는 가우디의 도면을 표현주의적이고 기하학적인 자신만의 양식으로 해석했고, 이는 스페인 건축사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누구도 무관심할 수 없는 파사드가 탄생했고, 이후 이 파사드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입장하는 경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가우디가 설계한 여섯 개의 기울어진 기둥과 수비라치의 조각이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의 파사드
가우디가 구조를 구상하고 수십 년 뒤 수비라치가 조각을 완성하면서 수난의 파사드가 탄생했습니다.

수비라치 논쟁

수비라치가 수난의 파사드를 위한 첫 조각을 선보이자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의견은 둘로 갈렸습니다. 많은 비평가와 시민은 그의 각지고 기하학적이며 표현주의적인 양식이 가우디의 자연주의적이고 유기적인 정신을 배신한다고 보았습니다. 수비라치의 인물상은 각지고 거의 추상에 가까워, 탄생의 파사드 조각의 섬세한 사실주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나 수비라치는 자신의 방식을 단호하게 옹호했습니다. 가우디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예술 언어로 가우디를 기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는 가우디의 양식을 베끼는 것은 위작에 불과하며, 고통과 죽음을 주제로 한 수난의 파사드에는 더 거칠고 절제된 시각 언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논쟁은 잦아들었고, 많은 사람이 수비라치의 조각을 정당하고 힘 있는 해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그의 인물상은 가우디의 성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가 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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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의 파사드의 건축

건축적으로 수난의 파사드는 화려한 탄생의 파사드와 정반대입니다. 탄생의 파사드가 유기적 형태와 꽃, 동물로 넘쳐 난다면, 이 파사드는 거대한 해골의 뼈를 떠올리게 하는 여섯 개의 기울어진 기둥 구조를 보여 줍니다. 식물도, 동물도, 장식도 없습니다. 오직 돌과 기하학, 그리고 극적인 긴장감뿐입니다.

파사드 사이의 이 극단적인 대비는 성당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의 파사드의 기울어진 여섯 기둥
여섯 개의 기울어진 기둥은 미적 변덕이 아닙니다. 가우디는 이를 거대한 해골의 뼈로 구상했습니다.

기둥들은 안쪽으로 기울어져 세 개의 출입문을 감싸는 포르티코를 이루며, 각 문은 그리스도 수난의 한 순간에 봉헌되어 있습니다. 그 위로는 탄생의 파사드와 같은 네 개의 종탑이 반복되는데, 이곳의 종탑은 사도 야고보, 바르톨로메오, 토마스, 필립보에게 봉헌되었습니다.

사용된 돌은 탄생의 파사드보다 밝고 덜 황금빛을 띠어, 가우디가 추구한 차갑고 절제된 느낌을 더해 줍니다.

수난의 파사드의 세 문

이 파사드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문은 세 개이지만, 그 성격은 탄생의 파사드의 문과 전혀 다릅니다. 문은 수비라치가 디자인했으며, 카탈루냐어로 된 요한 복음서 구절이 청동에 직접 새겨져 있습니다.

수난의 파사드 가운데 문(죽음의 문)
가운데 문(죽음의 문). 수난의 파사드의 세 문 가운데 가장 큽니다.
  • 가운데 문(죽음):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는 순간에 봉헌된 문입니다. 청동 표면에는 수난 장면과 복음서 구절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 왼쪽 문(배반): 유다의 배반과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이 붙잡히신 장면에 봉헌된 문입니다. 각지고 긴장된 인물상이 배반과 두려움을 드러냅니다.
요한 복음서 구절이 새겨진 청동 문
청동에 새긴 요한 복음서 구절. 어두운 바탕 위로 금빛 글자가 도드라져 있습니다.
  • 오른쪽 문(믿음):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의 순간들, 곧 빌라도 앞에서의 재판과 골고타로 가는 길을 들려줍니다. 고통이 표현되어 있지만 인물상에는 엄숙한 품위가 깃들어 있습니다.

수난의 파사드의 장면들

이 파사드는 마치 펼쳐진 책처럼 그리스도의 수난을 시간 순서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들려줍니다. 수비라치는 S자 형태의 동선을 설계해 보는 이가 18개의 장면을 따라가도록 했습니다.

아래층(수난의 시작)

가장 아래에서 이야기는 최후의 만찬으로 시작합니다. 예수님이 사도들과 마지막으로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이어서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유다의 입맞춤이 나옵니다. 유다가 예수님께 입을 맞추는 동안 한 병사가 몸을 굽혀 그분을 묶으려 하는 모습으로, 파사드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 옆에는 예수님이 붙잡히시는 장면과, 베드로가 칼로 병사 말코스의 귀를 자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수난의 파사드에 있는 유다의 입맞춤과 수비라치의 마방진
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의 파사드에 있는 유다의 입맞춤과 수비라치의 마방진. 숫자의 합은 언제나 33입니다.

이 층에서 가장 많이 화제가 되는 것은 마방진입니다. 유다의 입맞춤 장면 옆에 있는 4×4 숫자판으로,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모두 33입니다. 33은 그리스도가 숨을 거두셨을 때의 나이입니다. 수비라치는 상징이 가득 담긴 수학적 장치로 이 마방진을 넣었습니다.

가운데층(재판과 십자가형)

시선을 위로 옮길수록 장면은 더욱 강렬해집니다. 이곳에서는 빌라도 앞에 선 예수님을 볼 수 있습니다. 로마 총독 빌라도가 손을 씻는 모습은 역사에 남은 몸짓입니다. 그 위로는 가시관을 쓰심과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가 이어집니다. 빌라도가 채찍질당한 예수님을 군중에게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수난의 파사드의 십자가형 장면
십자가형 장면이 파사드 가운데층의 중심을 차지합니다. 수비라치는 그리스도를 각지고 적나라한 양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층의 중심 장면은 십자가형입니다. 어떤 이상화도 걷어 낸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는 적나라한 사실감 때문에 감정 없이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십자가 곁에서는 성모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 사도 요한이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을 지킵니다.

위층(죽음과 부활)

파사드 위쪽의 장면들은 이야기의 결말을 들려줍니다. 십자가에서 내리심, 그리스도의 묻히심, 그리고 마침내 부활입니다. 마지막 장면은 위로 올라가는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아래 장면들의 무거움과 고통과 대비를 이루며 전체에 희망의 빛을 더합니다.

그리고 맨 꼭대기에서는 커다란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죽음에 대한 승리의 마지막 상징으로 파사드를 굽어봅니다.

수난의 파사드의 상징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상징도 눈에 보이는 것을 훨씬 넘어섭니다.

서쪽 방향

이 파사드가 서쪽을 향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가우디는 일부러 이 방향을 택했습니다. 해가 지는 것은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끝나고 빛이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해가 매일 저녁 지평선 너머로 “죽듯이”, 그리스도는 이 파사드에서 죽음을 맞습니다. 그리고 해가 다시 떠오르듯, 반대편에는 부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윗의 별

수난의 파사드 포르티코 기둥머리에 새겨진 다윗의 별
포르티코 기둥머리의 다윗의 별.

기둥머리에 있는 이 상징은 다윗의 별(다윗의 방패 또는 마겐 다윗이라고도 합니다)입니다. 두 개의 삼각형이 겹쳐 여섯 꼭짓점의 별을 이룹니다.

왜 이곳에 있을까요? 수난의 파사드에 이 별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유다교와의 연결: 예수님은 유다인으로 태어나 유다인으로 사셨고 유다인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 별은 그분의 뿌리와, 그분이 속한 이스라엘 백성의 전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언의 성취: 그리스도의 수난을 구약 성경의 오래된 예언과 연결하며, 예수님이 유다 백성이 기다리던 메시아임을 강조합니다.

알파와 오메가

파사드 곳곳에는 그리스 문자 Α(알파)와 Ω(오메가)가 새겨져 있습니다. 처음과 마지막을 뜻하는 이 글자는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그리스도의 이름 중 하나입니다. 수난이 단지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일깨워 줍니다.

십자가와 명패

흰 십자가와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 문구가 있는 수난의 파사드 꼭대기
흰 십자가와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 문구가 새겨진 수난의 파사드 꼭대기 부분.

삼각형 박공 꼭대기의 흰 십자가가 보이시나요?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수비라치는 그 주위에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나자렛 사람 예수,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는 문구를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로 새겼습니다. 요한 복음서에 따르면 빌라도가 십자가 명패를 쓰게 한 바로 그 세 언어입니다.

이렇게 파사드는 성경 이야기와 곧바로 이어지며, 방문객이 주위에서 보는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순간, 곧 유다인들의 임금이라 불린 분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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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과 숨은 디테일

파사드를 볼 때 다음 디테일에 주목해 보세요. 몇몇은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1. 수비라치의 자화상: 수비라치는 파사드의 인물들 사이에 수난을 기록하는 복음사가로 자신을 새겨 넣었습니다. 파사드 오른쪽에서 찾아보세요. 조각가 본인을 닮은 얼굴의 서기관 같은 인물입니다.
  2. 십자가 아래의 해골: 십자가형 장면 아래에는 작은 해골이 있습니다.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언덕인 골고타(히브리어로 “해골 터”)를 나타냅니다.
  3. 로마 병사들: 예수님을 붙잡는 병사들은 로마식 요소와 현대적인 기하학 형태를 섞은 투구를 쓰고 있습니다. 수비라치 양식을 잘 보여 주는 특징적인 표현입니다.
  4. 카탈루냐어 글귀: 청동 문에는 요한 복음서에 따른 수난 이야기가 가우디와 바르셀로나의 언어인 카탈루냐어로 새겨져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카탈루냐의 정체성이 깊이 담긴 디테일입니다.

방문 준비: 사그라다 파밀리아 입장권

방문을 잘 계획하려면 입장권이 며칠 또는 몇 주 전에 매진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특히 성수기에는 더 그렇습니다. 선택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난의 파사드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사그라다 파밀리아 광장에서 본 수난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광장(Plaça de la Sagrada Família)에서 가장 잘 보입니다.

수난의 파사드는 성당의 남서쪽에 있으며 사르데냐 거리(carrer de Sardenya)를 향하고 있습니다. 방문 전에 위치를 파악하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평면도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전에는 파사드가 그늘에 있어 사진 찍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주제와 잘 어울리는 차갑고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가장 좋은 빛은 오후에 듭니다. 서쪽에서 비치는 햇빛이 돌을 정면으로 비추어 수비라치 조각의 디테일을 살려 줍니다.

조각을 자세히 찍으려면 문 아래쪽으로 다가가 보세요. 아래층의 청동 인물상과 조각군은 가까이 갈 수 있어 수비라치의 기법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탑까지 포함한 파사드 전체를 담으려면 시칠리아 거리(carrer de Sicília, 공식 명칭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광장) 쪽 인도까지 물러나세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각 파사드는 저마다의 성격과 언어, 울림을 지니고 있지만, 함께 모이면 가우디가 인간의 조건과 신앙에 대한 보편적 메시지로 구상한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가 됩니다.